
워런 버핏은 왜 수익이 나고도 후회했을까?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 중 한 명인 워런 버핏. 평생 놀라운 투자 성과를 쌓아온 그에게도 두고두고 아쉬워한 투자가 있었을까요? 놀랍게도 그것은 돈을 잃은 투자가 아니었습니다. 돈을 벌고도 너무 일찍 팔아버린, 열한 살 때의 첫 투자였습니다.
우리는 보통 주식을 팔아 수익을 얻으면 그 투자를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수익이 크지 않더라도 손실을 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합니다. 주가가 떨어지는 시간을 견뎌냈고, 결국 이익을 내고 나왔으니 잘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첫 투자에서 돈을 벌고도 오랫동안 그 선택을 아쉬워한 사람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로 손꼽히는 워런 버핏입니다.
열한 살에 수익을 안겨준 2달러가 가르쳐준 가치, 훗날 그의 투자의 원칙이 됩니다.
1942년 3월 11일, 열한 살의 워런 버핏은 생애 처음으로 주식을 샀습니다. 종목은 ‘시티즈 서비스 우선주’였습니다. 버핏은 114.75달러를 투자해 주당 38.25달러에 세 주를 샀습니다. 어린 소년이 모은 사실상 전 재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식을 사고 난 뒤 가격은 버핏의 기대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38.25달러에 산 주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27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약 30%에 가까운 하락이었습니다. 열한 살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결코 작은 손실이 아니었습니다. 버핏은 학교에 있으면서도 주가가 어떻게 되고 있을지 걱정했다고 훗날 회상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주식을 팔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얼마 후 주가는 다시 40달러 부근까지 회복했습니다. 마이너스였던 계좌가 드디어 수익으로 돌아섰습니다. 버핏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주식을 팔았습니다. 그가 얻은 이익은 주당 약 2달러였습니다. 어린 나이에는 돈을 잘 벌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투자에서 손실을 피하고 수익까지 얻었으니 성공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버핏 역시 주식을 판 순간에는 안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버핏이 팔고 난 뒤에 시티즈 서비스의 주가는 계속 상승했습니다. 훗날 주가는 2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버핏이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40달러에 팔았던 주식이 다섯 배 이상 오른 것입니다. 그는 첫 투자에서 돈을 벌었지만, 자신이 놓친 더 큰 기회로 인해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버핏은 왜 주식을 팔았을까
이 일화에서 중요한 것은 버핏이 주가의 고점에 팔지 못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도 미래의 최고가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버핏이 주식을 판 뒤 가격이 다시 20달러로 떨어졌다면 그의 결정은 현명한 선택으로 평가받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버핏은 왜 그 주식을 팔았을까요?
여기에 투자자의 심리가 나와있습니다. 기업의 가치가 나빠졌기 때문도 아니었고, 매수했던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주가가 27달러까지 떨어지는 동안 느꼈던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손실이 수익으로 바뀌자 그는 기업의 미래보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먼저 선택했습니다. 우리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오랫동안 손실이었던 주식이 매수가격을 회복하면 “본전만 오면 팔아야지”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수익이 나면 다시 떨어질까 두려워 서둘러 매도합니다. 이때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기업의 가치가 아닙니다. 과거에 주식을 샀던 가격과 그동안 겪었던 불안입니다. 수익을 내고도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래 보유한다고 모두 복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버핏의 첫 투자 이야기는 흔히 “좋은 주식은 무조건 오래 보유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소개됩니다. 하지만 무조건 오래 기다리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경쟁력을 잃고 실적이 계속 악화되는 기업을 오래 보유하면 복리가 아니라 손실이 쌓일 수 있습니다.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는 것과 기업의 성장을 믿고 기다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시간이 투자자의 편이 되려면 조건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지속해서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다시 사업에 투자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의 가치가 성장해야 합니다. 그런 기업을 적절한 가격에 샀을 때 비로소 시간은 복리의 힘을 발휘합니다. 따라서 버핏의 첫 투자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단순히 ‘팔지 말고 기다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주가의 움직임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기준으로 사고팔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익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팔지 말 것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이 열한 살의 경험 하나로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이후 그는 벤저민 그레이엄에게 기업의 가치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사는 법을 배웠고, 찰리 멍거를 만나 좋은 기업을 오래 보유하는 투자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지금의 투자 철학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열한 살에 했던 첫 투자는 그 철학의 작은 씨앗이 되었을 것입니다. 주가는 매일 움직이지만 기업의 가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좋은 기업이 성장하고 그 성장이 투자자의 자산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은 매일 주가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다음에 보유한 주식에서 수익이 났을 때 한 번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면 좋겠습니다. 매도하고자 하는 이유를요.
“기업의 가치가 변했는가, 아니면 다시 떨어질까 불안해서 파는 것일까?”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졌거나 처음 투자했던 이유가 사라졌다면 매도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기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단지 수익을 잃을까 두려워 파는 것이라면, 우리는 열한 살 버핏과 같은 선택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작은 수익을 확정하는 일은 우리에게 즉각적인 안도감을 줍니다. 반면 복리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주 천천히 움직입니다. 그래서 기다림은 늘 어렵습니다. 그러나 큰 부는 대부분 우리가 기다리지 못하는 그 시간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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